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.

'아니 기획자는, 기획만 할 줄 알면 되는 거 아니었어?'

아니었습니다.

 

 

스쳐지나가는 기억들. IT 사이드프로젝트에서 개발 회의때마다 할 말이 없어 회의실을 나왔던 기획단.

해커톤에서 "이 기능 구현 가능할까요?" 물을 때마다 초점 없는 눈으로 "네 뭐...가능하긴 하죠. 일단 해볼게요." 기계적으로 대답했던 개발자.

스토리보드와 와이어프레임만 그릴 줄 알았던 나에게 갑자기 찾아온 API 문서와 ERD.

 

 

 

"구현 가능한 사용자 경험"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용자 경험을 구상하는 데서 끝나면 안 되는 거였어요. 그 기능을 정말 구현할 수 있는지, 구현한다면 어떤 기술을 사용해야 우리 서비스 컨셉에 잘 어울릴지. 연차 있는 기획자가 개발 회의에도 불려가는 이유를 조금 알 것만 같았습니다.

 

 

그래서 모셨습니다, 진짜 개발자.

 

 

다행히 주변에 비전공자의 언어와 시각으로 개발 지식을 풀어 설명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습니다.

굉장한 행운이었죠. 인간 언어와 기계 언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사람이 가까이 있다니!

스터디 그룹 Young X Young은 이 개발자 친구의 커뮤니케이션 재능과 기획자인 제 추진력으로 만들어졌습니다.

 

 

 

Youngster의 첫 블로그 글 '기획자가 왜 Web을 알아야 하나요?' 역시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쓴 글입니다.

어떤 개발 분야를 다룰지 정해지면 제가 기획자의 시각에서 공부해 오고, 공부한 내용을 개발자 친구가 컨펌해 주는 방식으로 쓰였습니다.

그런데 이 친구, 선생님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초보 기획자를 가르치는 솜씨가 있습니다.

 

 

나 : "Web에서 Client와 Server가 통신하는 게 중요하다는 건 이제 마스터했어! 누가 물어봐도 설명해줄 수 있을걸?"

KY : "그래? 그럼 왜 Client와 Server가 분리되어야 하는지 말해볼래?"

나 : "?"

KY : "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"

나 : "어...Client에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보안 문제랑...정보를 가져오는 게 무거워(?)지니까?"

KY : "음...그것도 어느 정도 맞긴 한데....그러면 내가 다음에 공부해 올 주제를 정해줄 테니까 공부하면서 답을 찾아볼래?"

나 : "어떤 건데?"

KY : "오늘은 Web Server를 배웠으니까 이번에는 WAS Server를 공부해서 와. 그러면 자연스럽게 답을 알게 될 거야."

 

 

 

아무래도 이 친구, 개발 커뮤니케이션 뿐만 아니라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.